2023.07.27
gagarin

애프터양이랑 결이 비슷한 예술 SF 영화
아름답고 슬프고 결론적으로는 좋았다. 일단 연출과 영상미, 그리고 사운드가 너무 아름다웠다. 특히 사라지는 공동체와 홀로 남겨진 유리의 외로움을 우주와 연관지어 연출한 게 독특하고 세련미 넘쳤다.

엄마에게 버려진 유리는 철거되는 아파트 속에서 자신만의 우주선을 짓는다. 그러나 유리의 안온한 우주선 속 일상은 오래 가지 않는다. 우주선이 지구를 떠나 우주를 향해야할 운명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유리와 유리의 우주선 역시 철거되는 아파트를 떠나야할 운명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비유 속에서 아파트의 폭파 해체 카운트다운은 우주선의 발사 카운트다운으로 변형된다. 유리의 상상 속에서 우주선은 발사되고 우주선을 벗어난 유리는 구명줄 없이 우주에 던져지나, 현실 속 유리는 아파트가 폭파되기 전 이웃이라는 구명줄에 의해 구조된다.

이러한 결말을 보면서 이웃과, 더 나아가 복지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특히 영화 내내 ”달은 우리의 이웃이다“ 라는 대사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이 영화가 하고싶은 말을 축약해서 말해주는 것 같았다. 버려졌다고 생각했던 유리의 곁에는 이웃들이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더라도 항상 지구를 돌고 있는 달처럼 말이다.

아파트를 떠나면서 엄마의 소식을 전하던 아주머니,
아파트가 폭파되기 전 유리의 구조에 앞장 섰던 다이아나, 그 뒤를 따랐던 수많은 아파트 주민들은 이 사실을 반증한다. 즉, 소외된 이에 대한 이웃들의 관심이 유리를 살린 것이다.

이러한 유리의 럭키한 해피엔딩을 보면서,또다른, 어쩌면 언럭키한 유리에 대해 상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 서로 무관심한 환경에 유리가 처했다면?

결국 소외된 이에 대해 이웃이라는 개인이 갖는 관심 역시 중요하지만, 이웃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더 크고 더 일반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해, 소외된 이들의 구명줄이 되어줄 적절한 복지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유리의 여정이 보편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한발짝 나아가기보다는 그 자리에 남아있길 택한 유리의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어딘가 익숙하다. 어디로도 흘러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고여있는 느낌••개인적으로는 교생 기간동안 내가 느꼈던 감정과 닮아있다. 또 취준이나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 슬럼프에 빠진 친구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감정일 것 같다.

유리의 비행이 지구로의 안전한 귀환으로 끝나듯이
우리 모두의 비행 역시 안전한 착륙으로 끝나길 바래본다.

+
감독 인터뷰가 좋아서!

우린 캐릭터들이 항상 위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언제나 희망을 품고 있다. 그래서 무너지는 세계와 상승하는 것 사이에서 영화의 균형을 찾으려 했고, 보편적인 은유로서 무중력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블로그에 작성한 글 백업 겸
오랜만에 생존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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