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 손님

​트위터에서 한창 입소문을 탔던 영화의 원작 소설이다. 영화 개봉 당시에는 청불영화인만큼 별 관심이 없었는데, 최근에 영화 관련 복숭아(ㅋ..)굿즈가 너무 예쁘고 엘리오 역을 맡은 티모시 샬라메가 잘생겨서 제목만 기억해두고 있었다. 그런데 개학하자마자 도서관에 들렸을 때 이 책이 신간도서칸에 있는 걸 발견하곤 너무 읽고 싶었고..결국 친구 아이디로 빌렸다ㅋㅋ

뭐 줄거리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전형적인 첫사랑 소설이다. 아빠의 여름 손님으로 온 올리버라는 남자에 빠진 소년, 엘리오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초반부에서 엘리오는 삽질만 한다(..) 마음을 부정해보기도 하고 올리버를 멀리 하려고도 한다. 자꾸만 여지를 줬다가도 나중에! 라는 말로 관계를 끊어버리는 올리버의 마음이 정말 궁금했다. 독자 입장에서도 알 수가 없으니ㅋㅠ 삽질 끝에 마침내 엘리오는 올리버에게 진심을 털어 놓는다. 난 아무것도 몰라요. 올리버. 아무것도. 정말로 중요한 건 잘 모른다는 걸 당신이 몰라서 그래요. 뭔지 알잖아요. 지금쯤이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은 알 거에요. 여기서 올리버가 엘리오의 고백을 알아차리는 걸 보고 아 올리버도 엘리오에 마음이 있었구나ㅋㅋ싶었다.

제일 안타까웠던 점은 둘이 동성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쉽게 이루어졌을 사랑이라는 것이었다. 좋은 부모님 아래서 자란 엘리오에게 동성연애는 덜 어려운 일이었겠지만 올리버 입장에서는 엄격한 부모님과 1980년대 사회의 시선 모두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올리버가 제일 진솔하고 행복했던 순간은 시선에서 자유로웠던 로마에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게 이별 바로 직전이었다는 게 너무 아쉽지만..여튼간에 로마에서의 짧은 데이트를 끝으로 둘은 이별을 하고 (올리버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다.) 한참 뒤에 전화를 통해서 엘리오는 올리버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왜..?? 둘이 그렇게 좋아했으면서..나까지 허무해지는 느낌이었다.

시간이 지나서 올리버는 다시 여름 손님으로 엘리오를 재회하게 되는데..솔직히 읽으면서 구질구질하다고 생각했다. 영화 결말(결혼식 전화 듣고 끝남)이 딱 적당한 것 같다. 나도 너와 같아. 나도 전부 다 기억해. 이거 결혼한 인간이 할 말은 아니지 않나..; 끝까지 뒷전이었던 마르지아도 그렇고 여자 캐릭터들의 역할이 아쉬웠다. 

소설은 둘이 어쩌면 다시 사랑할 여지를 주고 끝나지만 내 생각으로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따라잡으려고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그가 알기를 바랐다. 우리는 서로가 없이 너무도 오랜 길을 여행했고 이제 서로에게는 공통의 기반이 없다고. 이게 끝부분의 올리버와 엘리오를 정의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ㅎ

사실 복숭아도 그렇고 들은 게 있어서 거부감이 심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읽었다. 동성애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조금 놀란 장면이 없진 않았다. 그래도 동성애에 있어서는 선정적인 부분을 주로 접했는데 이 소설에서는 그런 부분을 부각하지 않은 점이 좋았다. 영화도 흥미있게 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기회가 된다면 영화도 꼭 보고 싶다. 넷플릭스 결제해서 봤지롱 그나저나 엘리오 왜 이리 박학다식한건지?! 올리버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신화나 책 속 구절에 비유해 말하는데 절반 이상 못 알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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